리뷰

샨테 하프 지니 히어로 : 흔들어대는 골반에 현혹되지 말지어다

eng__rok 2017. 2. 22. 09:47



다사다난했던 2016년, 게임계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발매된 게임 중 유독 주목받았던 게임으로는 '마이티 No. 9'을 빼놓을 수 없겠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발 소식을 알렸던 마이티 No. 9은 '록맨'이라는 인기 시리즈의 추억을 잊지 못한 게이머들의 성원에 힘입어 역대급 후원금을 모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게임성과 퀄리티 때문에 게이머와 평단의 지탄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마이티 No. 9은 제가 루리웹 리뷰를 작성하기도 했는데, 리뷰 내용을 대충 요약하자면 '플래포머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나쁘지 않은 편이나, 만듦새가 지나치게 성의가 없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와서 굳이 마이티 No. 9의 이름을 다시 꺼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리뷰할 게임인 '샨테 : 하프 지니 히어로(이하 하프 지니 히어로)'와 나름의 연결고리를 지닌 게임이기 때문이죠. 하프 지니 히어로는 애초에 펀딩 단계에서부터 마이티 No. 9의 개발사인 인티 크리에이츠와의 협력 관계를 알리면서 약간의 반사 이익을 얻었으며, 두 게임 다 고전적인 횡스크롤 플랫포머 게임이라는 점에서 장르적인 유사점 역시 존재하였습니다. 비록 마이티 No. 9에 비하면 후원금의 액수가 다소 초라한 규모이긴 하지만, 다행히도 목표한 금액을 넘기는 데 성공하면서 순조롭게 개발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마이티 No. 9은 크라우드 펀딩계의 흑역사로 기록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촉발된 비난 여론이 하프 지니 히어로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으로 바뀐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리뷰 초입부터 마이티 No. 9의 이름을 언급한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프 지니 히어로 발매 이후 유저들의 평가 글을 읽어보면 마이티 No. 9과 비교하면서 칭찬하는 내용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저는 이런 점이 게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방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인상부터가 너무도 다른 두 게임이었기에 다소 편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비판과 찬사의 양면에 서게 된 것입니다. 사실 샨테 시리즈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나름의 네임 벨류를 지닌 플랫포머 시리즈입니다. 게임보이 컬러 시절 첫 작품이 발매되어 닌텐도 기기 위주로 꾸준히 후속작이 출시되었고 2014년에는 '샨테 : 리스키의 복수(이하 리스키의 복수)'가, 2015년에는 '샨테와 해적의 저주(이하 해적의 저주)'가 스팀 플랫폼으로 포팅되면서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 왔습니다. 아마도 전 기종으로 출시되는 하프 지니 히어로의 발매에 앞선 준비 작업이 아니었나 싶은데, 저 역시도 이 시기에 샨테 시리즈를 처음으로 접하면서 팬이 된 케이스입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하프 지니 히어로는 전작이었던 해적의 저주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게임이라는 것이 제 평가입니다. 굳이 옹호하려고 마음먹으면 못할 것도 없긴 합니다. 역대급 후원금을 모았음에도 처참한 완성도로 만들어진 마이티 No. 9에 비하면 하프 지니 히어로는 애초에 매우 부족한 자본으로 개발된 게임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이유로 부실한 게임성을 변명할 수 있다면,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진 게임들의 대다수가 부당한 면죄부를 받고 시작하는 것이 됩니다.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에 유저들의 구매부터 유도하는 크라우드 펀딩의 특성상 오히려 더욱 혹독한 평가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본 리뷰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서문에 다소 부정적인 서술이 많은 탓에 제가 이 게임을 극도로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프 지니 히어로는 횡스크롤 플랫포머 장르의 기본적인 요소를 잘 갖추고 있는 게임이며, 그에 걸맞은 나쁘지 않은 완성도와 재미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플랫포머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캐릭터, 조작감, 음악, 레벨 디자인, 이렇게 네 가지를 꼽습니다. 하프 지니 히어로는 이 중에서 세 가지 요소만큼은 확실하게 합격점을 받고 시작합니다. 샨테 시리즈는 일반적인 플랫포머 게임과 달리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힌트를 얻고 게임을 풀어나간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뒤 바로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특정 지역에 가기 위한 지도를 찾는다든지 아니면 막힌 길을 뚫을 수 있는 도구나 능력을 얻는다든지 하는 식입니다. 게임성의 상당 부분을 탐색에 할애하는 메트로바니아 게임과 비슷하면서도 일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메트로이드'보다는 '젤다의 전설' 시리즈와 좀 더 비슷한 게임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샨테 시리즈는 여타 플랫포머 게임들에 비해 '캐릭터성'이라는 요소가 훨씬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출처: 루리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