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 국내 PC 시장은 리그오브레전드 이후에 모처럼 후끈 달아올랐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2016년 5월 선보인 FPS(1인칭 슈팅) 게임 '오버워치'가 큰 인기를 끌면서 기존 PC의 업그레이드 및 교체 수요가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10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가량 성장했다. 특히 게이밍 PC를 구성하기 위한 일반 데스크톱 PC의 판매량이 4.7% 늘어남으로써 PC 출하량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출시 후 반년이 조금 지난 2017년 1월에 들어서면서 오버워치는 오히려 달아오른 PC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핵 유저(해킹 프로그램 사용자)'가 대거 늘어나면서 오버워치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이다.

◆ 높은 성능 요구하는 '오버워치', PC 시장 견인해

오버워치가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국내 게임 시장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부동의 점유율 1위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새로운 프로 게임 리그를 만들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도 있었다.

다만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는 PC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게임의 기본적인 하드웨어 요구사양이 낮아 구형 PC에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신형 PC나 고성능의 그래픽카드가 필요 없었다. 특히 PC방의 업그레이드 및 교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 PC 시장의 침체 역시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오버워치가 등장하고 순식간에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최신 그래픽 기술을 대거 사용한 오버워치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비해 요구 사양이 꽤 높다. 기존의 구형 PC로 게임을 즐기기 어렵게 되자 게이머들과 PC방의 교체 및 업그레이드 수요도 급증했다.

국내 조립 PC의 최대 공급처인 용산 PC 시장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오버워치가 게이밍 PC의 기준이 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CPU와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70만원~80만원대 전후의 중급 PC의 판매량이 급속히 늘어났다. 용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CPU,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 등 핵심 부품 유통사들이 2016년 하반기에만 근래들어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을 정도다. 데스크톱 뿐만은 아니다. 고성능 GPU를 탑재해 게임을 즐기기에도 적합한 '게이밍 노트북'도 판매량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핵 유저' 증가로 등돌린 게이머… 게임 흥행에 먹구름 

하지만 오버워치가 인기를 끌자 게임에서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불법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핵 유저'들도 급증했다. 공격 버튼만 누르면 가장 가까운 적을 자동으로 찾아 조준하는 '에임 핵'을 중심으로 온갖 다양한 해킹 기법이 등장했다.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이를 사용하지 않는 상대방에 비해 게임 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 때문에 각종 해킹 프로그램과 기법이 음지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예 전문적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사이트와 업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는 블리자드의 안일한 대처도 한 몫 했다. 핵 유저 신고가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대응은 서비스 시작 석달이 훨씬 지난 2016년 10월에 들어서야 시작됐다. 하지만 신고 등으로 인한 적발 건수에 비해 핵 유저 수는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 그로 인해 게임에 재미를 잃고 오버워치를 그만 두는 게이머들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블리자드도 주기적으로 진행하던 핵 사용자 계정 차단(영구정지) 조치의 빈도를 늘려가며 부랴부랴 대처에 나섰다. 2016년 12월말에 이르러서는 1주일만에 무려 1만명이 넘는 핵 유저가 차단됐다. 하지만 해킹 프로그램 사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이머들의 불평과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 '오버워치'의 인기 감소...PC 시장에는 직격탄

핵 유저로 인해 피해를 본 게이머들이 다시 오버워치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국민 게임' 소리를 들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오버워치 등장 이전만 해도 각종 핵 유저들로 몸살을 앓았으며, 오버워치라는 '대체재'의 등장 이후 게이머들이 대거 이탈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오버워치의 인기가 식는다는 것은 그만큼 PC 신규 구매와 업그레이드 수요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6년 반짝 호황을 누렸던 국내 PC 업계에서도 지금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6년 1월 현재 오버워치만큼 PC 시장을 견인할 만한 게임 타이틀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아이온'이나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의 과거 흥행작들이 기존의 유료서비스를 부분 무료화로 전환하고 있지만 과거만큼의 인기를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2016년 '기대작'으로 꼽히던 다른 온라인 게임들은 하나같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전히 오버워치 하나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게임 하나 때문에 국내 PC 시장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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