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게임 퍼블리셔 '게임즈 워크숍'에서 출시한 '워해머 40,000(이하 W40K)' 시리즈는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하며 미니어처 게임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W40K 특유의 매력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SF 세계관은 소위 말하는 '설정 덕후'를 양산하기도 했는데, 여러 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특히 게임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미니어처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워해머 프랜차이즈의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심지어 원작 게임을 전혀 즐기지 않으면서도 W40K 시리즈의 세계관에 대해서만큼은 빠삭한 사람들까지 존재할 정도니까요.
사실 미니어처 게임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높은 취미에 속합니다. 입문 단계에서 많은 돈이 들어가기도 하고 방대한 배경 지식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게임을 함께 즐길만한 오프라인 커뮤니티까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런 문제는 비디오 게임이라는 새로운 놀잇거리가 등장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었습니다. 비록 오리지날 W40K 시리즈의 게임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게임은 아직 없지만, FPS, TPS, RTS 등의 대중적인 게임 장르에 W40K의 세계관을 덧씌운 여러 작품들이 출시되면서 미니어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적지 않은 팬층이 생겨났습니다.
오늘 리뷰에서 다룰 '스페이스 헐크 : 데스윙(이하 데스윙)'은 W40K 시리즈의 여러 하위 작품 중 하나인 동명의 보드 게임에서 설정을 따온 1인칭 슈팅 게임입니다. 워프 항해 도중 난파당한 함선에 침투하여 적들의 포화를 물리치고 귀중한 유물을 회수한다는 배경 설정은 슈팅 게임의 소재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해 보입니다. 게다가 출시 전 공개된 트레일러의 퀄리티가 너무나도 훌륭했습니다. 언리얼 엔진 4의 힘을 빌려 음울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난파선의 분위기를 잘 연출한 데다가 끝없이 밀려드는 적들과의 사투를 보고 있자면 '이것이야말로 남자의 게임'이라는 마초적인 기대감이 절로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개발 기간이 지나치게 긴 게임은 대부분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2013년에 처음 티저가 공개된 데스윙은 2016년 말에 이르러서야 겨우 출시되었으며, 동시 발매되기로 예정되어 있던 콘솔 버전은 2017년으로 연기되었습니다. 그나마 최근 발매된 PC 버전마저도 갖은 버그와 편의성, 최적화 등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데다가 게임성 그 자체에도 결함이 너무 많습니다. 트레일러만 보고 함부로 기대감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매번 속는 것이 게이머의 숙명이 아닐까 싶네요.
일단 리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 일러두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저는 W40K 시리즈의 팬이 아닙니다. W40K 시리즈의 세계관에 대해서는 몇 가지 대중적인 요소들을 제외하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오로지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마초적인 코옵 슈팅 게임을 기대하고 이 게임을 구매했습니다. 따라서 본 리뷰에서 단점으로 지적한 것들은 상당 부분 W40K 시리즈의 설정을 무시하고 오로지 게임성의 장단점이라는 측면에서만 평가한 것입니다. 혹시 독자들 중 W40K 시리즈의 팬이 계신다면 이 부분은 이해하고 넘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저는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는 자잘한 설정 정도는 희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스토리나 배경 설정 등 게임 내에서 충분히 지켜질 수 있는 요소들을 제외하면, 무기의 성능이나 적들의 체력, 공격력 같이 전투의 밸런스를 이루는 요소들은 장르적 특색에 걸맞게 수정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제가 좋아하는 게임 시리즈라고 해도 예외가 아닙니다. 비디오 게임 본연의 가치는 플레이하는 행위 그 자체의 '재미'에 있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설정과 밸런스의 중도를 잘 맞추는 것 역시 개발사의 능력이기도 하고요.
어차피 리뷰 내내 단점만 언급하게 될 테니, 이 게임의 몇 안 되는 장점부터 이야기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데스윙은 비주얼 딱 한 가지 요소에서만큼은 확실한 합격점을 받고 시작합니다. 마초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터미네이터 아머와 갖가지 중화기들이 아주 멋진 퀄리티로 재현되어 있고, 빗발치는 총알에 찢겨나가는 진스틸러의 향연은 처절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게임 배경의 대부분이 좁은 통로라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지만, 워프 항해 도중 난파한 함선이라는 스페이스 헐크의 설정과는 잘 어울립니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비주얼과는 별개로 최적화는 다소 미묘한 수준입니다. 더욱이 이 게임은 한 번에 적들이 수십 명씩 몰려드는 웨이브 막기 방식의 전투가 반복되는데, 적들의 머릿수가 허용치를 넘어서면 CPU 병목 현상이 생기면서 프레임 드랍이 더욱 심화됩니다. 게다가 비주얼이 좋다고 마냥 칭찬만하기도 어려운 것이, 화면을 가리는 요소가 너무 많아 게임 플레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좁은 통로에서 적들의 웨이브와 마주쳐 근접전을 펼칠 경우 코앞에서 번쩍거리는 타격 이펙트와 광원 때문에 상황 파악이 매우 힘들어집니다. 분대원의 위치와 상황까지 파악하면서 힐과 버프를 공유해야 하는 멀티플레이로 넘어가면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됩니다.
게임 상태가 전반적으로 매우 불안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베타 때와 비교하면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멀티플레이 환경은 여전히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호스트가 외국인이면 에러 메시지를 띄우면서 아예 접속조차 되질 않고, 가까스로 접속에 성공하더라도 다음 챕터로 넘어가면 매우 높은 확률로 튕겨버립니다. 가까운 나라인 중국이나 일본 유저와 매칭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호스트와 클라이언트 사이에 핑 차이가 많이 날 경우 동기화에 실패하면서 생겨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플레이어 본인이 호스트인 경우엔 인벤토리 창으로 넘어가면 게임이 강제로 종료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데스윙은 발매되고 단 하루 만에 아시아 서버에서는 멀티플레이 방을 잡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발매 당일에는 방이 최소 10개 정도는 있었는데, 접속이 안 되고 튕기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에 질린 유저들이 죄다 게임을 등지고 떠나버린 것이죠. 다운로드 서버를 북미 쪽으로 바꾸면 방이 많아지기는 하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호스트와 핑 차이가 많이 날 경우 아예 접속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림에 떡에 불과합니다.
유저 인터페이스와 편의성에도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인터페이스 비주얼은 90년대 게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구식인데, 이 점은 W40K 자체가 워낙 오래된 시리즈이다 보니 그에 걸맞은 비주얼 콘셉트를 택했다고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보다는 기능적인 부분이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단 싱글플레이에서는 아군 인공지능을 통솔하는 것이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질 정도로 명령 시스템의 직관성이 떨어집니다. 플레이어의 체력은 우측 하단에 방어구 색깔로 표시되는데, 인터페이스 비주얼만 보면 부위 파괴 시스템이 있는 것처럼 그려놨지만 실상은 그냥 일괄적인 체력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기에 이마저도 플레이어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일 뿐입니다.
멀티플레이에서는 오로지 호스트만 스캔과 해킹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방장이 터렛 해킹에 관심이 없으면 그냥 무조건 부수고 지나갈 수밖에 없어서 게임의 전략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죠. 심지어 몇몇 상황에서는 목표 지점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기도 하고, 멀티플레이 도중에는 킬/어시스트/데스 상황을 확인할 방법도 없으며, 아군의 레벨이 몇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밖에도 유저의 성향에 따라 다소간의 답답함을 느낄만한 여러 자잘한 결점들이 게임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적화나 편의성, 안정성 같은 부분은 제쳐두고 본질적인 게임성만 평가해보면 어떨까요? 일부 문제가 있는 게임이라도 재미만 있으면 다소간의 결함 정도는 용납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요. 하지만 데스윙은 그 정도의 완성도마저 갖추지 못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구성 요소가 상당히 부실한 편이고 플레이 방식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어서 차후 패치를 통한 개선의 가능성마저 의심하게 만듭니다. 더욱이 비슷한 장르 내에 참고할만한 여러 게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게임들의 장점을 베끼는 것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데스윙이 추구하고 있는 게임 방식은 '레프트 4 데드'나 '킬링 플로어' 시리즈와 유사한 협동 슈터입니다. 기본적으로는 1인칭 슈팅으로 게임을 진행하되 다른 플레이어와의 팀플레이 요소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런 게임은 콘텐츠의 절대적인 분량은 적은 편이지만, 무작위적인 상황 부여와 고난이도 공략을 통한 다회차 가치를 잘 살린 것이 특징입니다. 오히려 여러 번 플레이하면 할수록 적의 종류에 따른 특징과 맵의 공략법에 익숙해지면서 더욱 깊이 있는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데스윙은 게임성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협동 요소에서부터 상당한 감점을 받고 시작합니다. 일단 게임 내에서 유일하게 체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클래스인 아포세카리가 없으면 아예 게임 진행 자체가 성립하질 않습니다. 레프트 4 데드처럼 인공지능 플레이어로 분대원을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충분한 플레이어를 모으지 못하면 챕터 하나를 클리어하기도 벅찹니다. 더욱이 멀티플레이 인원이 거의 전멸해버린 아시아 서버에서는 4인 풀 파티로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충분한 인원을 모아 게임을 시작한다고 해도, 팀플레이가 그다지 재미있는 편도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상대해야 하는 적들의 구성이 너무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데스윙에 등장하는 적들은 대부분 체력의 크기나 공격력의 강약과 같은 지극히 수치적인 개념으로만 구분됩니다. 그 이외는 원거리 공격을 하느냐, 혹은 근거리 공격을 하느냐 정도만 다를 뿐입니다. 은신해서 접근하는 진스틸러를 제외하면 색다른 능력을 사용하거나 특별한 공략법을 요구하는 패턴을 지닌 적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간혹 등장하는 보스급 몬스터 역시도 그냥 체력과 공격력을 무식하게 늘려 놓은 것이 전부입니다.
레프트 4 데드로 비유하자면, 일반 좀비와 탱크 이외에는 그 어떠한 특수 좀비도 등장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레프트 4 데드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비유조차도 실례입니다. 탱크는 단순히 공격력과 체력만 높은 좀비가 아니라 돌도 집어 던지고 벽도 타는 등 아주 다채로운 행동 패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생존자들의 입장에서도 탱크를 상대하려면 화염병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체력을 깎고 적절한 무빙을 통해 서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등의 전략적인 대처법이 요구됩니다. 그에 비하면 데스윙은 팀플레이를 유기적으로 만들어주는 그 어떤 요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부실한 구성을 보충하기 위해 병과마다 서로 다른 스킬을 부여해서 팀플레이 가치를 높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구성 방식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 팀플레이 역시 기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체력이 깎인 아군에게는 회복 스킬을 넣어주고 전방에서 탱킹을 하는 아군에게는 보호막을 씌워주고 사망한 아군은 택티컬이 다시 부활시키는, 말하자면 인풋과 아웃풋이 너무나도 뚜렷해서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만한 창의적인 플레이가 전혀 발생하질 않는 것입니다.
데스윙의 팀플레이는 레프트 4 데드에서 보여주는 플레이어간의 유기적인 협동이 아니라, MMORPG에서나 통용될 법한 탱/힐/딜의 구성의 파티 플레이에 더욱 가깝습니다. 그런데 MMORPG의 전투는 상당히 긴 템포를 지니고 있고, 적들의 종류에 따른 다채로운 공략법이 존재하며, 전투가 끝난 후에는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팀플레이의 재미와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그에 비하면 데스윙은 전투의 호흡이 빠르고 적들의 패턴은 단순합니다. 게다가 힐러와 버퍼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보스 몬스터의 공격력을 지나치게 높여놓는 바람에 전방에서 적의 공격을 맞아주는 탱커는 가드 한 번 실수했다가 비명횡사하는 상황이 의외로 자주 연출됩니다. 심지어 최저 난이도에서도 말이죠.
게다가 힘들여 챕터를 클리어해도 보상은 전혀 없습니다. 같은 챕터 내에서만 통용되는 클래스 레벨을 제외하면 따로 육성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갑옷 스킨 같은 콜렉션 개념의 보상조차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러 번 반복해서 플레이할 동기가 부여되질 않습니다. 심지어 활용성이 높은 고위 스킬과 화력이 강한 무기는 어느 정도 레벨을 올려야만 사용할 수 있는데, 다음 챕터로 넘어가면 레벨도 롤백되기 때문에 결국엔 처음부터 다시 경험치를 쌓아야 합니다. 다행히 이전 챕터에서 미리 장비해 둔 무기는 다음 챕터에서도 그대로 계승되긴 하지만, 스킬은 레벨을 다시 올려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적들을 죽이는 것 이외에는 클래스 레벨을 올릴 수단이 전무하다는 것입니다. 전투 위주 병과라면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치료가 주력인 아포세카리는 상황이 다릅니다. 자체 치유는 2레벨이 되어야 가능하고 광역 치유는 3레벨 때나 등장하는데 그때까지 가장 화력이 약한 무기인 스톰볼터로 어떻게든 충분히 킬 수를 채워야하기 때문이죠. 물론 열심히 총질을 하다 보면 결국엔 레벨 3에 도달할 수 있긴 합니다만, 애초에 스킬 사용만으로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조금 더 형평성에 맞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보상이나 성장 요소 없이도 재미있는 게임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앞서 계속 언급한 레프트 4 데드가 좋은 예시입니다. 그러나 데스윙과 레프트 4 데드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 플레이 파트가 근본적으로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죠. 레프트 4 데드는 비록 보상 요소도 없고 클래스가 따로 분화되어 있지도 않지만, 오브젝트와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전략적 운용과 특수 좀비를 공략하는 팀플레이 요소를 게임 내에 잘 녹여냈습니다. 반면 데스윙은 몰려오는 적들을 때려잡는 것이 전부이고 매번 똑같은 상황만 연출되다 보니 금세 질리기 쉽습니다.
반복적인 슈팅이라고 해도 총을 쏘는 행위 그 자체가 재미있으면 그럭저럭 견딜만했을 겁니다. 그런데 데스윙은 협동 요소를 배제하더라도 FPS로서의 기본적인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게임입니다. 전반적으로 슈팅의 감각이 많이 무겁고 느린 것까지는 콘셉트라 이해한다고 해도, 미묘하게 밋밋한 타격감과 어설픈 피격 이펙트 때문에 총질의 손맛이 살아나질 않습니다. 무기 대다수가 탄착군과 반동을 제어하기 힘들다는 점도 슈팅을 재미없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슈팅 게임에 긴장감과 전략성을 더하는 요소가 상당 부분 결여되어 있습니다. 재장전 개념은 있지만 탄은 무한이라 기계적으로 총을 쏴 갈겨도 탄약 부족에 허덕일 일이 없고, 미션 내에서 특수 무기를 따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오로지 로드 아웃에 있는 무기만을 골라 써야 하는데 그마저도 종류가 너무 적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플레이어를 향해 달려드는 적군은 물량으로만 밀어붙일 뿐 전략적인 인공지능이 존재하지 않아 전투의 긴장감도 떨어집니다.
그나마 존재하는 장점 중 하나는 난파선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연출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요소는 게임 플레이에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통로와 방이 잇달아 연결된 함선의 구조를 이용해서 더 이상 갈 일이 없는 지역은 적들의 공세가 몰려오지 않도록 문을 아예 폐쇄해버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공간의 활용도는 그게 끝입니다. 이런 방식의 플레이가 지독하게 단순무식한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살려주지는 못합니다. 미션 목표는 너무 단순해서 사실상 레벨 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고, 공들여 구현된 게임 내의 드넓은 공간은 대부분 제대로 활용되지도 못한 채 버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개발진의 창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애초에 스페이스 헐크를 탐험하는 목적 중 하나가 귀중한 유물을 회수하기 위함이라면, 함선 도처에 유물을 무작위로 흩뿌려놓고 그것을 회수하는 보조 미션을 도입했다면 어땠을까요? 이렇게 얻은 유물의 가치에 따라 보너스 경험치나 방어구 스킨, 부가 능력치 등을 보상으로 제공했더라면, 마치 던전을 도는 기분으로 분대원들과 함께 함선 곳곳을 탐색하는 재미를 더할 수 있었을 겁니다. 돌아볼 곳이 많아지면 쓸데없이 넓기만 한 미션 맵의 활용 가치도 늘어날 것이고, 현재 구현되어 있는 문 폐쇄 시스템도 한층 유용하게 쓰였을 겁니다.
물론 싱글플레이에서는 유물 수집이 가능하긴 합니다만, 도전과제를 위한 1회차용 수집 요소일 뿐이라 멀티플레이에는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합니다. 게다가 이 게임의 싱글플레이는 굳이 클리어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력이 없습니다. 애초에 멀티플레이 자체가 싱글플레이의 협동 모드이다 보니 따로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레프트 4 데드 같이 잘 만들어진 게임조차도 미션을 혼자서 진행하면 재미가 많이 반감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애초에 협동 플레이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게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나 할까요. 이 점은 데스윙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작의 경우엔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첫째는 멀티플레이에서 몰려나오는 적들의 머릿수가 좀 더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두 명의 인공지능 캐릭터가 플레이어를 보좌한다는 것입니다. 싱글플레이에서는 오로지 라이브러리안으로만 플레이하는 대신 미션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무기와 스킬이 언락되기 때문에 자신의 입맛대로 로드 아웃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함께 다니는 아군 둘의 인공지능이 너무나도 절망스러운 수준이라 진행을 상당히 번거롭게 만듭니다. 전투를 제외한 모든 행동을 플레이어가 직접 명령을 내려야만 이행하고 심지어 죽기 직전이 되도 플레이어의 지시가 없으면 치유 스킬을 쓰지 않습니다. 명령 수행에 걸리적거리는 요소가 있으면 반복적으로 명령을 내려야 겨우 들을 때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캐릭터에게 근접 무기를 들려줄 경우 허공에 양팔을 휘젓는 우스운 광경을 꽤나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본작의 의의는 W40K 시리즈 팬들을 위한 선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팀플레이 요소는 있으되 유기적인 연계는 없고, 교전 양상은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단순합니다. 공들여 만든 멋진 비주얼과 처절한 분위기가 무색하게도 이 게임의 가치는 죽어버린 함선만큼이나 공허합니다. 풀프라이스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족한 콘텐츠 문제는 어느 정도 이해해줄 수 있지만, 게임을 이루고 있는 근간이 너무 부실하다는 점은 용납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원래 데스윙은 올해 내로 PC 버전과 콘솔 버전의 동시 발매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PC 버전에서 컨트롤러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것을 보면, 콘솔 버전의 발매가 미뤄진 것이 아니라 PC 버전의 발매를 서둘렀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2016년 내로 발매하겠다는 유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정말 그런 이유였다면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싶지만, 그 결과는 텅 비어버린 아시아 서버 멀티플레이 리스트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꽤 오랜 시간 이 게임을 기다려왔던 저로서는,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조차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입니다.
출처 : 루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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